삼계탕 말고 닭죽, 익힘말고 절임
그그그그제는 닭가슴살로 닭튀김을 맹글고 어제는 돼지 뒷다리살로 탕수육을 맹글었다. 물론 크리스피크리크리 치킨은 아니고 끓는 기름에 들어갔다 나왔으니 닭튀김, 더불어 끓는 기름에 들어갔다 나온 놈을 졸인 소스를 부으니 탕수육이라 이름은 붙여놓아야겠다.

네이버든 구글이든 탕수육을 외치면 홈쇼핑광고나 무슨 파인애플 통조림 소스를 넣으라는데 그런게 어딨어. 강황을 갈아넣으라는 말이 실현가능성이 높겠다. 간장과 식초와 설탕 이렇게 셋이 만나면 탕수육 소스라니 그럼 케챱은 왜 넣는거야? 황색 식용색소 3호의 첫만남 같다. 식초의 적정량을 모르니 졸이면 졸일 수록 코가 시큼. 유황불의 향이다. 녹말가루를 넣으면 점성이 생긴다는데 그런 것도 알게 뭐야. 밀가루를 넣으니 좀 모양이 나온다. 물론 한번에 많이 넣으면 미숫가루 안 타본 애가 맹근 것 처럼 새알이 둥둥 거린다. 러시아식이라고 하면 될까 싶다.

드디어 삼계탕까지 왔으나 쌀을 많이 넣으니 죽이 된다. 그래. 쌀은 죽이 되면 불지요. 물넣고 마늘넣고 닭넣고 끓이면 다라니 이렇게 간단할 수가! 몸이 허하면 삼계탕의 수식은 덥게 대운 음식에 마늘까지 넣으니 열이 도는 모습을 보고 그리 평한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좀 삼삼한 듯 싶어 겉절이로 구색을 맞추려했다. 배추를 꺼내니 속살속에 수줍게 웃는 벌래 한마리가 있네. 아니 웃지는 못하고 움직이지는 않으나 내 입에는 그저 외마디 단발마. 유기농이다 뭐다해도 그거야 밭에서 뽑은지 둬시간 안짝에 만났을 때 귀엽지. 어디서 어떻게 뒹굴었을지 모를 벌래는 눈으로만 사랑하련다. 나는 자연으로 돌아가도 못 살 거야 아마.

맛은 다 좋은데 모양새가 돈받고 팔 낯은 아니다. 안타까움은 족하고 이런 걸 홈메이드라고 할 수는 없겠지.

이글루스 가든 - 오늘 뭐 먹었나
by 타인 | 2009/07/15 22:13 | 이걸어떻게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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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소년 아 at 2009/07/16 08:03
홈메이드 닭죽, 이예'ㅁ'~♪!
Commented by 타인 at 2009/07/16 16:36
겉절이에 쌀죽을 넣었는데 가루를 내서 한 것이 아니라
밥알이 붙어있는 꼴이 되었네요.
맛은 배추가 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담근 매실주도 먹었어요.
Commented by yvette at 2009/07/17 19:30
전에 깻잎을 다듬은 적이 있었는데 다듬다가 아주 작은 애벌레가 나오더군요.
너무 귀여워서 손등에 올라간 애벌레를 한참 바라봤었다는.
하지만 그게 거대한 녹색의 벌레였다면 으으.

어리면 뭐든지 용서가 되더군요. 으음.
Commented by 타인 at 2009/07/17 21:37
나는 배추벌래면 희고 하이에나는 검고 이런 줄만 알았읍니다.
내가 만난 배추속의 그는 검고 검었어요. 눈을 마주칠 수 없으니 더욱 얼어붙었읍니다.

그렇기도 합니다.
그런데 인디에나 존스처럼 뱀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벌래는 눈으로만 인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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